지난 화요일, 새벽 예배를 드리기 위해 일어나 샤워를 하고 핸드폰을 손에 들었는데, 읽지 않은 카톡 메시지가 있어 열어 보았습니다. 박동욱 장로님이 쓰러져 병원에 왔다는 유연봉 권사님의 다급한 기도 부탁 메시지였습니다. 그 새벽, 정말 간절히 기적과 같은 소식이 다시 들려오길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장로님께서 소천하셨다는 부고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품에 안겨 편히 쉬고 계실 장로님을 생각하니, 문득 권사님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권사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소녀 같으셨던 권사님이 하염없이 울고 계시진 않을까 걱정되어 이렇게 물었습니다. “권사님, 괜찮으세요?” 그런데 예상과 달리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권사님의 목소리에는 힘이 느껴졌습니다. 권사님의 목소리에서 제가 느겼던 당당함과 담대함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천국에 대한 소망에서 비롯된 믿음의 힘이었던 것입니다.
미국 워싱턴에 작지만 미국을 움직이는 교회로 평가 받는 세이비어교회(Church of the Saviour)가 있습니다. 1947년, 고든 코스비(Gorden Cosby) 목사가 개척한 교회입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고든 코스비 목사는 군목으로 20대 군인들과 함께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참여하게 되었지요. 1944년 6월 6일, 치열했던 전장에서 공식적으로 전사한 연합군이 4,400명이었습니다. 총알이 빗발치고 포성이 멈추지 않는 참혹한 전쟁터에서, 죽음에 대한 준비 없이 죽어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며 그는 “교회를 개척하면 죽음을 당당하게 맞이할 수 있는 성도들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합니다.
죽음을 당당하게 맞이할 수 있는 성도가 얼마나 될까? 늘 하나님 품에 안길 준비가 되어 있던 장로님께서 이제 하나님 품에 안겨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 듯합니다. “성도 여러분, 오늘 하나님께서 부르신다면 이 세상을 떠날 준비가 되셨습니까?” 이 질문에 답이라도 하듯, 한 성도가 선교회 단톡방에 이렇게 글을 남겼습니다.
“교회의 든든한 버팀목이셨던 박동욱 장로님께서 이젠 하나님 곁에서 참 평안을 누리실 거라 믿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장로님과 함께 예배드리고 친교 나누던 귀한 시간을 선물받고 성장해가는 한 가정이 되었습니다. 훗날 천국에서 다시 만나길 소망합니다.”
죽음 이후 하나님 앞에 서게 될 그날을 바라보며, 천국을 소망하는 분명한 믿음 가운데 담대함과 당당함을 잃지 않는 성도님들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담임목사 이신효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