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지난 한 주간 평안하셨습니까? 지난 금요일은 기온이 29도까지 오르며 제법 무더운 날씨였습니다. 갑작스러운 더위에 지치지는 않으셨는지요. 지난 금요일 제가 사는 콘도 주차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국과 이곳 캐나다의 주차 문화 중 가장 큰 차이를 꼽으라면 단연 ‘지정석’의 유무일 것입니다. 한국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빈자리에 자유롭게 차를 대는 시스템이지만, 이곳 콘도는 각자 정해진 지정 자리에만 주차를 해야 합니다. 제 주차 구역 양옆에는 저와 같은 층에 사는 이웃들이 주차를 합니다. 왼쪽에는 학교 영어 선생님이자 매우 친절한 ‘아브라함’씨가, 오른쪽에는 이사 온 지 몇 달이 되지 않은 이름 모를 새 이웃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더운 날씨 탓에 정신이 없었던 것일까요? 아브라함씨가 제 차를 기준으로 왼쪽에 주차를 해야 하는데 실수로 오른쪽 새 이웃의 자리에 차를 댄 것입니다. 자신의 자리에 낯선 차가 서 있는 것을 발견한 새 이웃은 몹시 당황했던 모양입니다. 결국 아브라함씨의 차 앞 유리에는 대문자로 아주 크게 적힌 메모가 남겨졌습니다. “DO NOT PARK HERE.” 

퇴근길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왔는데 주차 자리를 빼앗겼을 때의 그 황당함과 화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한 번은 웃고 넘길 수도 있는 누구나 할 법한 가벼운 실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이웃 간에 얼굴을 붉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이웃집 아브라함씨의 주차 실수를 보며, 제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성경 속 아브라함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갈대아 우르를 떠나 하나님께서 지시하신 약속의 땅에 도착한 아브라함은 벧엘(이름의 뜻이 ‘하나님의 집’입니다)에서 제단을 쌓고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 땅에 기근이 찾아오자, 그는 가족들과 함께 애굽으로 내려가죠. 하나님이 지정해 주신 자리를 이탈하여 가지 말아야 할 곳에 잠시 ‘주차’를 해버린 것입니다. 

크리스천으로서 마땅히 머물러야 할 영적인 ‘지정석’이 있습니다. 세상의 유혹이나 삶의 무게 때문에 지정된 자리를 벗어나 엉뚱한 곳에 몸과 마음을 주차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자리, 즉 영적 지정석은 어디일까요? 바로 아브라함이 머물러야 했던 벧엘, 즉 ‘하나님의 집’입니다.

의인은 종려나무 같이 번성하며
레바논의 백향목 같이 성장하리로다
이는 여호와의 집에 심겼음이여
우리 하나님의 뜰 안에서 번성하리로다 [시92:12-13]

여호와의 집에 심겨진 성도 여러분, 날마다 하나님의 뜰 안에서 종려나무 같이 번성하며 레바논의 백향목 같이 굳건하게 자라가시기를 축복합니다. 

담임목사 이신효 드림